“아름답게 노을지는 석양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가수 패티김(74)은 15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은퇴 투어- 이별’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를 선언했다. 54년째 이어졌던 화려했던 패티김의 가수 활동은 이번 투어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현역 최고령 가수인 패티김 특유의 노련한 무대도 더는 볼 수 없다. 그는 6월2일 서울 체조경기장을 시작으로 수개월간 투어를 돌며 각지의 팬들을 마지막으로 직접 만난 뒤, 마이크를 내려놓는다.

패티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번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10년전부터 아름다운 퇴장을 항상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또 “마음과 몸은 앞으로 10년 더 노래할 수 있을 것같지만 아름답다고 기억해줄 수 있을 때까지만 노래하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게 더 ‘패티김’답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번 투어의 제목 ‘이별’과 첫 무대인 ‘체조경기장’은 후배 가수 조용필의 의견을 받아들여 정했다. 패티김은 “후배지만 존중하는 조용필을 만나 은퇴 공연을 어떻게 풀어야하는지 자문을 구했다”고 소개했다.

은퇴는 예상밖이었다. 2008년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을 가질 때만해도 그의 무대는 열정으로 가득했다. 패티김은 당시 맨발로 무대를 뛰어다니며 객석을 달궜다. 2년 뒤인 지난 2010년 데뷔 52년째를 맞아 치러진 투어 <패션>(Passion)을 위해 패티김은 30여년째 고수한 생머리를 짧게 잘랐다. 은퇴를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패티김은 멋을 부렸다. 빨간색 구두를 신었고, 가슴에는 황금색 코르사주(꽃장식)를 붙였다. “(은퇴가)건강 때문이냐”는 질문을 받고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포즈를 취하며 “이만하면 건강해보이지 않냐”고 되물었다. 그는 “노래를 잘 하기 위해 수십년간 하루 1500m씩 수영을 했다”고 말했다. 패티김은 “무대의 맛과 멋을 아는 사람이 무대를 떠난다는 게 그리 쉽지는 않다”고 고백했다. “슬프긴 하지만 행복한 마음으로 무대를 떠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은퇴 뒤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천천히 생각하겠지만 평범한 할머니 김혜자(본명)로 돌아가 딸과 손자들과 재미나게 지낼 것같다”면서 “노래가 하고 싶으면 거울을 보고 나를 위해 부르겠다”고 웃었다. 또 “바람이 있다면 서울의 맑았던 하늘을 다시 되살리는 봉사활동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1958년 8월 스무 살의 나이로 미8군 무대에 섰던 패티김은 이후 54년간 주옥같은 히트곡을 남겼다. ‘서울의 찬가’ ‘이별’ ‘초우’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못잊어’ ‘서울의 모정’ ‘그대 없이는 못살아’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등의 노래로 가요계를 수놓았다. 남긴 기록도 화려하다. 1960년 광복 후 일본 정부로부터 초청받아 NHK에 출연했고, 1962년엔 한국 가요계 최초로 ‘리사이틀’이라는 이름의 공연을 벌여 큰 성공을 거뒀다. 1963년에는 미국으로 진출해 미국 지상파 NBC TV의 인기 프로그램 <자니 카슨의 투나이트쇼>에 8회나 출연했다. 1978년에는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섰다. 또 1989년에는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꾸렸다.

패티김은 “마지막으로 팬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다시 태어나도 꼭 다시 가수 패티김으로 살고 싶다”고 말한 뒤 회견장을 떠났다.

이날 회견에 동행한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패티김은 다양한 기록과 함께 한국 가요계에 스탠다드 팝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일으켰다”면서 “특히 공연 직전 항상 새 구두로 갈아 신는 등 무대를 절대로 가볍게 여기지 않는 음악인의 자세 역시 출중했다”고 평가했다.

<글 강수진 사진 정지윤 기자 kant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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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이 떠난다...

그녀에게는 '최고의 여가수'라는 호칭보다는 '최고의 가수'라는 호칭이 더 어울린다.
가창력은 물론이고 동세대 가수들에 비하면 신체적 조건 또한 빼어난 그녀였다...

그 옛날(54년전에 데뷔했으니 충분히 옛날이라고 생각한다) 트로트가 대중음악의 거의 전부였던 시절에 스탠다드 음악으로 새로운 감성의 가요를 선보이며 항상 다른 가수들과는 조금 다른 자리를 지킨다.

항상 도도해 보이지만 그게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패티김...

마지막 공연이 끝나면 그녀의 노래를 음반 혹은 자료 화면을 통해서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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